1년 전인가 2년 전인가... 야근으로 심신이 지쳤을 때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키우면서 관리소홀로 떠나보내기도 하고 너무 관심을 줘서 떠나보내기도 하고... 더 잘 키워보겠다고 전문가분께 분갈이도 배워보고, 물 주기도 언제가 적당한지 배우면서 제법 키우는 법을 알게 되니 조금 더 욕심 내보고자 겨울과 봄사이에 키우면 딱 좋은 튤립들도 키워보게 되었었다. 튤립의 경우엔 직접 분갈이도 해서 회사분들께 나눔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러다가 다른 부서분으로 인해 알게 된 '모초진'이라는 카페.
카페 이름은 '모초진'
풀어 말하면 '모두가 초록에 진심'이라는 뜻이다. 식물을 진심을 다해 키우고,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는 카페인데 워낙 식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눠주는 식물만 노리고 오는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 가입일을 1년에 단 하루로 한정해 놓았다는 카더라를 들었었다. '식목일'에만 가입이 된다고 한다. 식목일 외에는 절대 가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놓치면 자연스레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벼르는 식집사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1년에 딱 하루, 그 하루를 놓쳤던 이야기
작년 식목일때 나의 밤은 유독 길었다. 회사에서 야근에 시달렸던 날이었는데 야근도 그렇게 오래 한 건 아니었지만 강도가 세서 그런가... 퇴근하고 나서도 모초진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캘린더 일정에 추가까지 했음에도 말이다.
밤 12시가 지난 시점에서 모초진에 가입을 안 했었다는 생각이 문득 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에 들어가봤었는데 무수한 가입인사글들과 자랑글들이 가득했지만 가입은 되지 않았다. 그 카페에 가입하려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기다렸던 고생이 물거품이 되어 속상했었다. 며칠 동안 굉장히 속상해했었는데 딱 1년에 하루뿐이다 보니 그 날짜를 다시 또 맞출 자신이 없기도 했었다.
두 번은 실패할 수 없다.
그렇게 계절이 네 번을 바뀌고 마침내 다시 찾아온 모초진 가입날... 혹시몰라 캘린더 일정에 하루 전 일정까지 올려뒀었다. 올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해뒀었는데, 4월 4일을 가입일로 착각해서 4월 3일부터 계속 대기를 하는데도 4일에 가입이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었다.
가입하기를 눌렀을 때 4월 4일 이후에 가입이 된다는 안내문구를 보고 4월 5일 12시가 되자마자 가입을 했었는데 가입이 쉽게 되어 신기했었다. 혹시라도 내가 깜빡 잊었거나 늦잠을 잔다고 놓칠까 봐 걱정되었던 친구들이 12시가 되자마자 알려주거나 오후 때 알려주거나 그랬었는데 작년에 내가 얼마나 모초진에 가입하고 싶어 했었는지 알고 있었던 터라 이렇게 챙겨주는 게 정말 고마웠었다.
드디어 가입 성공!
정확히 4월 5일, 드디어 모초진에 가입했다. 정말 가입된게 맞나 싶어서 가입인사글까지 작성되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감에 굳어있던 어깨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1년 전 가입을 놓쳤었던 그때의 아쉬움이 설렘과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때는 가입일이 지난 며칠간 카페 회원들이 올린 글들을 보며 손가락만 빨았었는데 이제는 나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입에 성공했으니 기념으로 산책도 하고 피크민도 할겸 걷기 시작했는데, 비가 살짝 내리고 있어서 약간 쌀쌀했다. 4월부터 여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봄비인가? 부산에는 이미 벚꽃도 엄청 펴서 친구들이 벚꽃놀이 간 거 자랑하던데 경기도도 슬슬 봄놀이 할 때가 온 것 같다. 비에 젖어 맺힌 벚꽃잎의 물방울들이 꽤나 이뻐서 찍어봤는데 마음에 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그쳤길래 대만에서 샀었던 우산은 접고 다녔었는데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두피에 맞아버렸다. 그 느낌 진짜 싫어하는데 이마로 타고 내리면 더 싫다. 다행히 옆으로 흘러내려서 대충 털어냈는데 비가 그쳐도 우산은 계속 쓰고 다녀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밤이었다.
모초진에 가입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워볼 계획이다. 많이는 안 키우고 딱 소수정예로만 키워야지. 테라리움에 넣겠다고 데려왔는데 못 넣어서 키우는 식물, 이상해씨 등에다가 심겠다고 데려왔는데 안 심고 내버려둔 식물... 서비스라면서 받았던 원치 않은 식물들 등등 이런 식물들도 조금씩 정리해야겠다. 다는 못 키운다. 감당되는 선에서 키우려면 딱 4개 내외가 적당한 것 같다.
튤립처럼 한철식물이면 부담없이 많이 키울 수는 있는데 지금 있는 식물들은 대부분 한철이 아닌 계속 자라는 식물들이니까... 오래 관심 주고 키울 식물들로만 키워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