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야근으로 힐링이 필요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식물을 키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테라리움, 꽃, 바질 등 다양하게 시도하다가 튤립도 키워보게 되었다.
튤립에 매력에 빠진지라 잘못키워서 죽게 되어도 다시 키우자고 새로 데려오고를 반복하던 시기때 튤립 하나를 부모님댁에 두고 온 적이 있었다.

명절 때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께 면회를 갈 계획이라 식물들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할머니께서 요양원으로 가시고 난 후 뵌 적은 없는지라 이번 면회가 처음이다.
그래서 기차 타고 부모님댁에 오기 전에 할머니께 선물을 하고 싶어서 식물농장에 들러 꽃과 나무들을 사왔었다.


아주 이쁜 빨간 꽃, 이름을 까먹었다.
식물농장 사장님께서 우리 할머니 얘기를 듣더니 선물이라고 주셨다. 제일 이쁜 걸로 골라주셔서 감동이었다. 다른 곳에서 식물들을 살때 떨이처리하려고 상처나거나 모난 식물들을 하나씩 줄때마다 나한테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차라리 받기가 싫을 정도였었는데 사장님덕에 힐링하게 되었다.
빨간 꽃은 저면관수로 물을 줘야한다고 알려주셨는데 우리 할머니께서는 보시면 바로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아실 듯하다.
다음 꽃은 나무인데 동백나무이다. 큼직한 꽃봉오리가 많이 맺힌걸 갖고 싶어서 이 곳에 직접 찾아온 이유기도 했다.
온라인으로도 주문을 받긴 하지만 원하는 걸 가지려면 직접 보는게 제일이기도 하고 택배는 리스크가 커서 귀찮고 멀고 힘들어도 직접 온 것이다.
이번이 2번째인가 3번째 방문인데 매번 만족한다. 벌레도 안나오고 앵무새를 좁은 새장에 가둬서 '짹짹' 소리내는 배경음악용으로 방치하지도 않고 딱 식물들만 깔끔하게 키우신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미니라임오렌지 나무. 어릴 적 할머니집에서 자주 지낼 시절에 라임오렌지나무를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할머니와 자주 지낼 시기였을때기도 하고 열매가 있는 나무라서 골랐다.
'꽃봉오리 가득한 동백나무', '열매가 가득한 라임오렌지나무' 할머니께서 어떤 식물들을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안 겹치게 해야지.
노란꽃은 개나리자스민이다. 할머니 동네에 개나리가 참 많이 폈었는데 봄되면 정말 봄이구나 느낄정도로 개나리를 울타리로 한 집이 많았었다. 노란꽃들도 보시라고 최대한 봉오리 많이 있는 걸로 골랐다.

이렇게 할머니를 위한 식물들과 위의 나를 위한 튤립 하나까지 해서 부모님댁에 무사히 가져왔다.
장바구니에 담아 기차타고 본가에 왔는데 봉오리나 열매들이 하나도 안 떨어지고 무사히 잘 와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기차타고 고향에 간다는 걸 알고는 정말 꼼꼼하게 포장해주셨는데 사장님 마음씨가 고우셔서 매번 감동하게 된다.
명절동안 할머니도 뵙고 꽃과 식물들도 전달해드렸다. 소규모 요양원이긴한데 화분은 거실이나 텃밭쪽에 두실 것 같다. 개인실에 두면 건드리다가 떨어트려서 파편이 튀거나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면회시간이 있어서 10분밖에 못 뵈었지만, 빨간 꽃을 보시곤 좋아하셨다. 아직 꽃봉오리인 동백나무나 덜핀 개나리쟈스민은 자꾸 눈이 어두워서 안 보인다라고 하셔서 보시고 싶은데 속상해서 그렇게 얘기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울컥했었다.
할머니께서는 많이 노쇠해지셔서 물주는 것 조차도 못하시니 선생님들께서 하실 수 밖에 없었고 내가 선생님들께 일을 여러번 하게 만든꼴이 되었다. 되려 식물들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셔서 '아, 대충 키워지다가 말라죽을 일은 없겠구나' 싶어서 안심되기도 하고 요양원에 있는 다른 분들도 한번씩 보시면서 힐링도 하시게 되니 심심하시진 않으리라 생각이 되었었다.
요양원 선생님들께서 동백나무를 되게 관심있어하셨고 라임오렌지나무를 보시며 감탄하셨었는데 큼직한 것들은 아마 밖에서 키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위의 할머니 이야기는 끝이나고 명절도 무사히 보내고 나도 기차를 타고 내 집에 갔다.
집에 오는 중에 내가 키우고 싶어서 산 튤립을 두고 간게 기억이 나서 부모님께 키워달라고 얘기를 했었다.
식물은 아버지께서 평소에도 키우는 식물들도 잘 키우셔서 튤립도 잘 키우실 것 같아 아버지께 키우라고 부탁했던걸로 기억이 난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물렁해지고 곰팡이가 쉽게 펴서 아버지께 맡긴거였었는데 , 알고보니 나무는 밑동만 남기고 다 자르시는... 타입이셨다.)


튤립은 어머니께서 키우시게 되었다.
분명 아버지께 키워달라했었는데.... 튤립 잘 키우고 계시냐고 사진 좀 달라고 했더니 어머니의 애착 창문틀에 놓여진 사진이 나와 본격적으로 어머니의 것이라고 발표가 된 셈이었다.
옆에 따로 난 싹 하나는 튤립이 한 송이로 더 피는 줄 알았는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잎에서 끝이 나버렸다.
구근 하나에 튤립 꽃 1송이가 핀다.

튤립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게 눈에 보인다.
추운 겨울에서 날이 풀리는 봄때가 쑥쑥 자랄 때라 그때부터 튤립을 키운다면 누군들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께 튤립 사진을 계속 찍어달라고 오늘은 어떻냐고 여쭤볼때마다 하루 한장 일주일에 한장 시간될때 한장 찍어주셔서 좋았다.
햇빛도 있고 물도 있고 바람도 잘 드는 최적의 환경에 어머니의 관리와 사랑까지 더해져서 튤립은 내가 회사에서 키우는 튤립보다 훨씬 더 잘 자라고 건강했다. 잎들의 때깔부터가 다르다.
꽃봉오리도 나오게 되니까 어머니께서 굉장히 좋아하셨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자라니 키울 맛이 나신 것 같다.

어느날은 하와이 인형 3개와 다른 식물들도 함께 찍어주셨다.
화와이춤을 추는 인형은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인테리어 장난감인데 살랑살랑 춤추는게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가운데에 있는 식물은 뭔지 모르겠다. 원래 있었던 식물인지 튤립 친구로 데려온 건지...
튤립은 곧 필 것 같은데 빨간 튤립이 필거라 어머니께서 더 기대하시고 계셨다.

이쁜 빨간 튤립이 폈다.
어머니께서는 어느샌가 말하지 않아도 사진을 찍어 보내셨고, 몇달 먼저 튤립을 키우고 여러개의 튤립을 키우고 있는 나보다 훨씬 더 빨리 꽃을 피우셨다. 내공의 힘은 무시 못한다. 정성들여 키우신게 느껴질 정도로 잎들도 굉장히 파릇파릇하고 말라비틀어진게 하나도 없었다.
새빨간 꽃이 피니 엄청 들뜨셨는데 '아~ 실수로 두고가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수십번씩 계속 들었었다. 다음에도 튤립 하나 살포시 두고 가야겠다.

튤립이 오므라졌다고 신기해서 찍어주셨다. 어머니의 호기심이 보이는 사진구도라 마음에 들기도 했는데 자세히 보겠다고 선반 위로 옮기신게 웃겼다.


어떤날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튤립모양처럼 오므려져있고 어떤날에는 엄청 활짝 펴진다.
활짝펴졌을때는 또 처음 본 모습이라 신기하다며 찍어주셨다. 꽃이 피고 나서도 여러 모양으로 변하니 그 맛에 심취하신지 질려하신 적이 없었다.

꽃이 폈으니 성장이 끝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쭉쭉 자라고 있다. 키가 너무 커지니 걱정되셨는지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엄청 건강한 꽃이라 그런지 꽃이 질때까지 단 한번도 꺽여진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회사에서 키우던 내 튤립은 줄기가 너무 가늘어서 꺽이기도 했었는데... 역시 실력자의 손길은 다르다.


튤립은 높이 자란 상태에서 오므려지다가 활짝펴지기를 반복하다가 며칠 뒤에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계속 보시고 싶으셨는지 이 다음엔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었는데 미리 알아봐두었기에 잘라서 꽃병에 꽂아두라고 얘기해드렷다.
한번 꽃이 피고 진 튤립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다음 해에 다시 피우기가 힘들다. 관리하기가 힘들다 해야하나...
어머니께는 뿌리(구글)을 빼내서 말린다음 다음해에 쓸수는 있는데 힘들거라고 얘기는 해드렸었다.
그리고 튤립 구근(뿌리)이 물렁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따로 빼내려다가 부서지기도 해서 보관도 힘들지 않나 싶다. 후에 본가에 가보니 튤립 구근이 안 보여서 아마 버리신 걸로 추정된다.
튤립이 날이 풀려가는 시기만 잘 맞추면 한 달내로 새싹부터 꽃까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던데 내년에도 날 풀릴 때 선물 한번 할 예정이다. 그때는 다른 색으로 선물을 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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