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맛집 은혜감자탕, 은혜로운 정릉시장의 뼈해장국과 반찬들...! 

 

지인의 강력 추천을 받고 '은혜감자탕'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찬양하길래 그렇게 맛있나 싶어서 서울 간 김에 한번 들러봤다. 혼자 식사하러 간 터라 살짝 쭈뼛거리며 입장했었는데 점심시간이 끝난 뒤기도 한지라 잠시 쉬고 계시던 사장님도 약간 당황하신 눈치였지만 바로 뼈해장국 하나 먹고 가고 감자탕 소짜 포장해 달라는 말을 하며 들어가니 자리 안내를 바로 해주셨다.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뼈해장국 구성과 반찬

들어가자마자 뼈해장국을 외쳤었기에 빨리 나올 줄 알았지만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하셔서 조금 기다려야했다. 서울에서 8천 원 퀄리티의 식사는 그렇게 기대를 안 하는 편인데 양 많은 뼈해장국에 놀라고 은혜감자탕을 적극추천하던 지인이 왜 추천해 줬는지 알 정도로 뼈해장국과 같이 나온 반찬의 구성이 엄청났었다. 

 

국물은 진하고 깊었으며, 깻잎과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가서 특유의 고소함과 향긋함이 조화를 이뤘다. 풀은 시래기만 있을 줄 알았는데 깻잎도 들어가 있어서 신기했다. 살짝 아삭한 식감과 함께 특유의 향이 국물의 얼큰함을 한층 부드럽게 잡아줘서 좋았고 시래기 자체가 국물의 맛을 완전히 흡수한 상태라 무조건 밥이랑 같이 먹었었는데 씹을때마다 입안에서 국물이 입안에서 퍼지는데 밥도 같이 먹고 있던 터라 국물맛이 제대로 느껴져서 좋았다. 들깨가루는 감자탕에 한번 섞이기 전에 들깨가루가 없는 부분에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온전한 국물의 맛을 좀 느끼다가 들깨가루를 섞어 먹었었다. 온전한 감자탕 국물만 먹었을때는 굉장히 얼큰했었는데 들깨가루와 함께 먹으니 크림처럼 국물을 감싸줘서 부드럽고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식사가 나왔을때 빈접시 빈그릇들을 많이 주시길래 뭔가 했었다가 뼈해장국을 먹으면서 용도가 뭔지 알게 되었다. 편하게 뼈 발라먹으라고 앞접시를 주셨고 뼈를 다 발랐으면 담으라고 빈 그릇을 주신 거였다. 기본이지만 센스 있게 준비되어 있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엄청나던 반찬 퀄리티...

반찬은 형식적인 김치나 단무지가 아닌, 두부조림, 오징어튀김, 오이무침 같은 정성이 느껴지는 구성. 하나하나 남김없이 다 먹었을 정도로 맛있었다. 반찬만으로도 ‘이 집 음식은 기본기가 다르구나’ 싶을 정도였다. 어느새 뼈해장국은 뒷전이었고 밥에 반찬을 계속 올려먹고 있었다. 뼈해장국도 맛있었는데 반찬 먹을 일이 귀하다 보니 이런 거에 감동받아 손이 먼저 가게 된 거였다. 하나같이 짜지도 않고 간도 적당히 되어있고 오징어튀김을 반찬으로 준 게 놀라웠는데 질기지도 않고 맛있어서 반찬만 더 먹고 싶을 정도였다.

 

고기의 맛과 식감, 잘 발라지는 살코기

뼈해장국에서 가장 중요한 ‘주연’은 역시 등뼈 고기다. 은혜감자탕의 뼈해장국에는 큰 뼈가 3대정도 들어 있는데, 각각의 뼈에 붙은 고기 양이 꽤 풍성하다. 중요한 건 그 고기의 상태인데, 지나치게 삶아 퍽퍽하거나 물컹거리지 않고, 결이 살아 있으면서도 적당히 부드럽다는 점이다.
뼈에서 고기를 젓가락으로 살짝 밀어내기만 해도 툭 분리되는 느낌이 나며, 그 사이에 끼인 연골이나 힘줄은 씹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등뼈 고기의 경우 육즙이 빠지지 않게 삶아야 하는데, 이곳은 그 밸런스가 잘 맞아 있다. 혼자 오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뼈해장국은 역시 빨아먹어야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간지라 사람도 빠질 때로 빠져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겨자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 고기를 누르기보다는 감칠맛을 살리는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서 좋았엇다. 탕에 있는 고기를 꺼내서 겨자소스에 찍어 먹을 때 평소 같으면 '원래 국물에 적셔진 고기인데 왜 또 소스를 찍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소스에 찍어먹는 건 귀찮아서 안 했던 편이었는데 여기 뼈해장국에서는 소스랑 같이 찍어먹으니 겨자의 톡 쏘는 향이 고기자체의 느끼함도 잡아줘서 좋았다. 들깨가루가 한가득 올려진 터라 겨자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양이 엄청나던 감자탕 소짜 포장

식사를 마치고는 계산하러 나가니 감자탕 소짜를 준비해서 주셨는데 받자마자 묵직해서 순간적으로 놀라서 "제가 이걸 들고 갈 수 있을까요? ㄷㄷ"라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진심으로 말해 ‘소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양이 많았는데 드는 거 자체도 묵직해서 거진 안다시피 가져갔었고, 집에 와서 한번 끓여주는데 육안으로 봤을 때 고기가 6~8 덩어리 이상 들어 있어서 소짜가 맞나 싶었다. 저녁때 종종 먹고 주말에 먹다 보니 소짜를 다 먹는데 일주일정도가 걸렸었다. 마지막엔 볶음밥 재료도 사 와서 감자탕 국물에 해 먹었었는데 볶음밥도 엄청 많이 만들어져서 그 상태로 또 1주일은 넘게 먹었었다. 국물양이 많아서 집에서 라면사리 넣고 먹고 우동사리 넣고 먹고 파스타면도 넣어서 먹고 다양하게 먹어봤었다. 

감자탕은 보통 등뼈, 감자, 우거지, 깻잎, 들깨가루, 대파 같은 재료들이 어우러지는데, 은혜감자탕은 우거지랑 배추 같은 그런 채소도 들어있고 깻잎도 들어가 있었다. 한 종류의 채소가 아닌 최소 3종류의 채소가 들어가 있었는데 국물에 부드럽게 잘 베어져 있어서 밥이랑 먹기 정말 좋았었다. 감자도 꽤나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포슬포슬한 식감이 국물의 깊은 맛과 어우러졌다.

먹는데 꽤나 오래 걸려서 계속 끓이면 고기가 뻑뻑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결같이 부드러운 살코기 상태라 든든하고 맛있는 일주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끓인 거는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분명 찍은 것 같은데 왜 하나도 없는 거지...

 

다음엔 닭볶음탕이다..!

뼈해장국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해장'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음식이지만, 단순히 숙취 해소에만 그치지 않고 하나의 든든한 식사로서 충분한 위상을 갖춘 메뉴이다. 그래서 식사로 먹은 거기도 하고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속이 따뜻해지고 묘한 안정감이 든다. 뚝배기에 담겨서 식사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고 뼈에 붙은 고기를 깔끔하게 발라 먹은 자신에게 약간의 성취감까지 느끼게 된다. 특히 혼자 갔을 때도 부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점, 덜어 먹을 앞접시와 뼈 그릇이 따로 나왔던 점 등, 작은 배려들이 모여 전체 경험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8천 원짜리 뼈해장국에 나오는 반찬 퀄리티에 제일 놀라고 고기도 야들야들하니 맛있어서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었는데, 다음 방문 때는 닭볶음탕을 도전해보고 싶지만... 가격에서 보니 양도 엄청날 것 같아서 그건 포장을 하고 또 뼈해장국을 먹으러 가봐야겠다. 집에서 은혜감자탕까지 대중교통으로 90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근처에 오게 될 일 있으면 무조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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